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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2월 개봉해 12만2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 바통을 1월 코엔 형제 감독이 연출한 음악영화 ‘인사이드 르윈’(10만5000명)이 이었다. 기적을 이은 흥행작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3일까지 76만 관객을 동원했고, 개봉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현재까지도 7개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의 무려 25배가 넘는 흥행 성과를 거뒀다.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진 예술영화라는 뜻의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한국 독립영화의 자존심은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가 지켰다. 4월 개봉해 22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 역시도 현재까지 상영 중이다. 최근에는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그녀’가 ‘아트버스터’의 명맥을 잇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해 첫날 1만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개봉 8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양성 영화 1위는 물론, 전체 박스오피스 순위까지 흔들었다. 개봉 2주차 평일에 ‘트랜센던스’ ‘역린’ 등 상업영화를 제치고 4위에 오른 ‘그녀’는 ‘끝까지 간다’ ‘말레피센트’ 등 신작이 대거 개봉한 지난 주말에도 7위로 선전했다.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저예산영화를 일컫는 다양성 영화는 100개 미만 적은 스크린에서 상영돼 10만 관객만 모아도 ‘대박’으로 친다. 일반 상업영화 1000만 명에 비견되는 수치다. 올 상반기에만 10만 관객을 넘긴 다양성 영화는 무려 5편. 지난해 소규모 개봉한 예술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작품이 10만8007명을 동원한 ‘마지막 4중주’였고, 이마저도 57일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예술영화에 대한 달라진 관객 반응을 실감할 수 있다.
과거 예술영화는 특이한 소재, 확실한 주제의식 등으로 고상한 취향을 가진, 소수 관객만 보는 영화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술영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첫 번째 흥행 요인은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 영화는 간단히 줄여 말하면 병원에서 자식이 뒤바뀐 이야기다.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에서 물리게 보아온 소재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달랐다. 감독은 담담하면서 건조하게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비춘다. 2004년 일어났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한공주’도 소재는 자극적이다. 사건 자체에 집중해 관객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보다는 상처받은 한공주와 그를 세상 끝으로 내모는 비정한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바꿔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 등의 예술영화에선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의 참여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는 틸다 스윈튼, 주드 로, 레아 세이두, 에드워드 노튼 등 할리우드의 특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스칼렛 요한슨, 에이미 아담스, 루니 마라 등 ‘그녀’의 배우진도 화려하다. 기발한 소재, 독창적인 전개,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한 미장센 등 예술영화의 본질은 놓치지 않으면서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를 등장시키는 등 상업적인 요소를 더한 것이 ‘아트버스터’ 부흥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관람 환경의 변화도 요인으로 꼽힌다. 씨네큐브는 10년 넘게 예술영화 애호가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으며, CGV의 다양성 영화 브랜드인 무비꼴라쥬 역시 전용관 수를 늘리며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관객의 기호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들 극장은 예술영화를 단순히 상영하는데에만 그치지 않고 투자, 수입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며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마지막 4중주’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씨네큐브에서 수입한 영화이고, ‘한공주’는 CGV 무비꼴라쥬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영화 관람 후 감동을 평론가 등과 함께 나누는 ‘시네마 톡’ ‘씨네 토크’ 등 프로그램도 예술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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