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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 이상화, 금메달 후 더 절실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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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별 기자I 2012.12.25 12:32:04
빙속여제 이상화(서울시청)가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2 전국남녀 종합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스프린트 여자부 500M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빙속 여제’ 이상화(23.서울시청)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여전히 그는 더 큰 목표를 품고 스케이팅에 올인 중이다. 이번엔 세계 신기록이다.

이상화는 밴쿠버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다. 지난달 17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 1차 레이스 우승을 시작으로 이 종목 레이스에서 6번 연속 정상에 올랐다.

지난 23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39회 전국남녀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선 대회 신기록으로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엔 적수가 없었다. ‘역시 빙속 여제’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올림픽 이후 3년. 꿈꿔왔던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보통은 기량이 떨어지거나 주춤하기 마련이다. 목표만큼 사람을 움직이는 큰 동기는 없기 때문이다. 그간 목표 의식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선수도 수차례 봤다.

하지만 이상화는 달랐다. 그러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시간도 없었다. 더 큰 목표로 앞을 보고 달려왔다. 세계 신기록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며 방심 없이 이 악물고 노력하고 있다.

이상화의 훈련을 전담하고 있는 김형호 국가대표팀 코치는 “상화가 아직도 스케이트 욕심이 많다”며 “여름대회부터 신기록을 목표로 준비해왔다. 휴식기 이후 5월부터 새벽훈련도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 상화는 훈련자세부터 남달랐고 최선을 다했다”고 귀띔했다.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2 전국남녀 종합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스프린트 여자부 500M에서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상화. 사진=뉴시스
올해 목표는 세계 신기록이다. 현재 500m 세계 신기록은 중국 유징이 갖고 있는 36.94초다. 이상화 최고 기록은 37.2초. 최근 23일 대회에선 38초16의 성적을 보였다.

이 대회에선 기록을 단축시켜줄만한 국내 경쟁자가 없었다는 점, 본인 최고 기록과도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성 불가능한 기록은 아니다. 여기에 이상화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하게끔한다.

이상화가 녹슬지 않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건 철저한 연습 덕분이다. 이상화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비결은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뿐이다. 지난 시즌 중국 선수들을 비롯해 기량을 끌어올린 경쟁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름 내내 초심으로 돌아가 연습했다”고 말했다.

특히 단점으로 지적됐던 스타트를 보완하며 점점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김관규 전 국가대표 코치는 “밴쿠버까지 스케이팅, 스타팅 부분에 있어서 완성됐던 건 아니었다. 그 와중에 메달을 땄고 한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초반 스퍼트가 잘 되고 나서 완벽한 스케이팅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상화도 “내가 생각해도 첫 100m 구간과 마지막의 스퍼트가 좋아졌다. 500m는 초반에 잘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초반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한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땀을 흘린만큼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지상에서 스타트 훈련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 김형호 코치의 설명. “달리기 훈련, 고무 밴드를 이용해서 허리에 묵고 스타트 자세 잡는 것, 물건 올려 뉘는 연습, 언덕 달리기 등 훈련을 통해 하체를 더 보강했고 덕분에 스타트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얼음을 밀어내는 스피드, 특히 코너에서 스피드가 빨라진 것도 이상화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비결이다. 하체에 힘이 더 생기고 전체적인 자세가 낮아지면서 스피드도 붙었다.

그간 쉬지않고 축적된 경험들도 그의 원숙해진 기량에 한몫했다. 김 코치는 “매번 다른 환경을 따라다니면서도 자기만의 프로그램으로 적응력을 높여갔다”고 했다.

여기에 이상화의 쿨한 마음가짐도 그를 지도하는 코치들이 밝힌 선전 요인이다. 김관규 코치는 “근성이 있는 선수다. 잘 안됐을 때는 고민도 하지만 실수는 금방 털어버리는 마음가짐이 참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상화가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건 그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김관규 코치는 “밴쿠버보다 지금, 앞으로가 전성기가 아닐까 싶다”고 했고 김형호 코치 역시 “올림픽 때보다 오히려 경기력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시즌 앞으로 남은 대회는 2개다. 이상화는 내달19일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 6차 대회, 곧바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이동해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에 출전한다. 그의 목표는 우승과 세계신기록이다.

전망은 밝다. 이상화의 초반 스피드가 좋아졌다는 점, 기록의 산실로 불리는 캘거리, 솔트레이크에서 대회를 치른다는 점에서 세계신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도 부풀고 있다.

김형호 코치는 “초반 100m가 10.2초 대로 들어오고 있는데 이 정도면 세계 신기록도 문제없다는 게 우리 뿐만아니라 외국 코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캘거리, 솔트레이크가 고지대라 공기 저항이 훨씬 덜하고 빙질도 좋아서 더 기대가 된다. 500m 체력, 자세 부분이 좋아져서 이렇게만 한다면 1000m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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