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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권력'이 된 국민노후자금...국민연금 부동산실, 채용·해고 지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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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6.07.20 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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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 개발사업에 2520억 베팅...총 에쿼티 92.6% 부담
'개발 리스크, 저수익' 리스크 반대에도 강행
투자 후 '삼성증권 인맥' 채용 조용히 묻혀...업계 "채용갑질 빈번"
국민연금 “절차상 적법한 투자, 의혹 사실 아냐” 반박

이 기사는 2026년07월20일 19시0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내부의 강한 반대와 저수익·고위험 경고에도 국내 개발사업 투자를 밀어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해당 투자 시점에 운용사에는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 고위 관계자와 연관이 있는 인사가 합류했고, 출자권을 활용한 인사 개입과 이해상충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별다른 조사나 문제 제기 없이 사실상 덮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묻혔던 의혹은 최근 '역삼 센터필드' 운용사(GP) 교체 강행 시도와 전직 고위직 전관 영입, 국내외 운용사를 상대로 한 인사 개입 논란으로 이어지며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이 출자권을 사실상 인사권력처럼 행사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스크 반대 뿌리치고...개발사업에 2520억 투입 강행 '이례적' 행보

20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국민연금 내부 투자심의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24년 서울 중구 무교동 '더익스체인지서울 개발사업'에 2520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딜의 총 에쿼티(지분투자)는 2720억원으로, 국민연금 투자를 단행한 자금 비중은 전체 지분의 92.6%에 달했다. 나머지 자금은 GS건설, 시티코어, 운용사 등이 부담하는 구조로 파악된다.

내부 투자심의 자료에는 당시 내부 수익성 분석 과정에서 저수익 우려와 리스크 요인에 따른 투자 부적합 의견이 다수 명시돼 있다. 특히 심의 과정에서 리스크책임자와 해외채권실장 등 내부위원 2명은 법률 검토 등을 근거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핵심 사유는 △부지 경계 침범 문제, △인허가 지연 가능성, △임차인 명도 리스크 등이었다. 국민연금이 총 에쿼티의 92.6%를 부담하는 구조인 만큼, 이 같은 개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기금이 입을 경제적 타격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문건에 담겼다.

인허가도 나지 않은 이 개발사업의 목표 수익률(Net IRR 14.07%) 적정성을 놓고도 내부 경고가 잇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개발사업 특성상 공사비와 금리 등 변수가 많아 리스크 발생 시 목표치 달성은 고사하고 투자 회수금이 원금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명시됐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내부 위원들의 반대와 리스크 경고에도 불구하고 해당 안건은 부동산투자실의 강한 추진 의지 속에 투자위원회를 넘어섰고, 끝내 최종의사결정기관인 대투위 문턱까지 최종 통과했다. 기금이사(CIO)와 법무법인 광장, 베인컴퍼니 등 외부위원이 대체로 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국내 개발사업 투자에 보수적이었던 국민연금의 행보와 비교해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2024년 투자 당시, 국민연금은 정치적 부담과 여러 사유로 국내 개발사업 투자를 지양하던 시기였다"며 "게다가 개발 리스크가 적지 않은 딜에서 국민연금이 에쿼티의 90% 이상을 부담하는 구조가 적정한지를 두고 내부에서도 심한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노후자금 손실 가능성을 가장 경계해온 기관"이라며 "더 익스체인지 서울이 추후에 리스크를 뚫고 성과를 낼 수 있느냐와 별개로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이 왜 이 투자건에 집착했느냐, 왜 연금이 평소의 투자원칙과 기조를 무리하게 저버려가며 투자에 나섰느냐를 봐야한다"고 비판했다.



투자금 무기로 채용청탁 의혹...노후자금의 사권력화

더익스체인지서울 투자 과정에서는 인력 채용을 둘러싼 이해상충 의혹도 불거졌다. 국민연금이 내부 반대 속에서 대규모 출자를 결정한 뒤 실제 투자금을 지급한 즈음에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 고위급 책임자들과 과거 같은 직장(삼성증권)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사가 더익스체인지 서울 개발 관리사인 코람코자산신탁에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4년 10월 코람코에 입사한 삼성증권 출신 경력직 A씨는 현재도 근무 중이다. 거액의 투자 의사결정과 채용 타이밍이 맞물리면서 당시 국민연금 내부에서 '국민연금 출자를 활용한 채용 지시 및 코람코에 대한 갑질 소지가 있다'는 뒷말이 나왔으나 공론화되지 않고 가라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익스체인지서울 투자 과정에서 연금을 무기로 한 채용갑질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수년 사이 국민연금 내부에는 글로벌 운용사와 국내외 운용사의 대표직 및 주요 보직 인사와 관련해 부동산투자실의 해고 종용, 채용 청탁을 호소하는 투서가 여러 차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그동안 실질적인 조사나 책임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에 투서를 넣은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다. 아무리 운용사를 압박하고 채용 지시, 해고 종용을 한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피해를 호소하고 조사를 요구해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수면 아래 있던 채용갑질 의혹은 최근 무산된 4조 원대 자산 '역삼 센터필드' 위탁운용사(GP) 교체 추진 과정에서 다시 불거졌다. 국민연금 측은 센터필드의 새 GP로 코람코자산운용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정산 구조를 설계했다. 코람코자산운용에 관리권을 넘기려 한 부동산투자실의 시도는 대체투자위원회에서 기존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수수료를 선지급하는 방안이 법적·경제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최종 부결됐다.

특히 법적·경제적 근거 부실 외에도 국민연금 감사실에서 코람코자산운용과의 인적 이해상충 소지를 지적한 점이 안건 부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A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지원부문장은 지난해 퇴직 후 올해 초 코람코자산운용 전주사무소장으로 재취업했다. A 전 부문장의 합류 직후 코람코자산운용이 센터필드 GP 교체 후보로 부상하면서 전직자 이해상충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코람코 "적법 절차 따라...의혹 사실무근"

코람코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코람코는 "A부장은 코람코자산신탁 직원으로 코람코운용과는 소속회사가 다를 뿐더러, 입사 시점도 더익스체인지서울과는 딜 클로징 후 6개월 이상 차이가 있어 이 프로젝트에 관여할 여지도 없다"며 "채용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외부 기관 인사의 추천이나 의견 개입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코람코 측은 “전주사무소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기조 및 업계의 보편적 흐름에 맞춰 개소한 실질 거점이며, A 소장은 호남권 사업기회 발굴 및 지역시장 리서치만을 담당한다”며 “국민연금 대상 투자 제안, 대관, 기존 투자 건 사후관리, 센터필드 GP 교체 관련 소통은 모두 본사 고유업무라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 전 법령상 재취업 제한 심사를 준수했고, 준법감시인 검토를 거쳐 공단 거래 담당 업무에서 배제하는 정보차단 장치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코람코는 또 “더익스체인지서울과 센터필드 GP 이관 건은 연관성 없는 별개 사안이며, 모든 과정은 경쟁사와 동등한 지위에서 공개 경쟁으로 진행돼 특혜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국민연금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더익스체인지서울 투자와 관련해 “개별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투자 안건은 기금운용규정과 지침에 따라 투자위원회, 대체투자위원회 등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특정 개인의 인사, 채용 등에 대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으며 해당 운용사에 문의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A 전 부문장의 코람코 이동과 관련해서는 “퇴직 공단 임직원을 채용한 기관에 대한 거래제한 등 이해상충 여부 확인은 내부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 16일 김성주 이사장 결재를 거쳐 부동산투자실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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